[강의] 페미니즘 언어철학 기초 5강

5강. 언어철학은 페미니즘에 유용한 것일까?

사진 출처 : 말과 활 아카데미

기록자 : 김민기 (참고 : 기울어짐은 개인적 낙서)

크게 두 입장으로 나뉜다. 당연히, 전통적 언어철학을 비판하거나 옹호하거나.

전통적인 언어철학은 비판받아야 한다.

전통적인 언어 분석 철학은 지나치게 개인주의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언어 사용의 정치적 차원이나 실제로 의사소통의 실패에 대해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근본성이나 지시대상 등 순전히 추상적 문제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와이엇)

어쩌면 기존의 문화를 답습하는 철학에서 ‘개인’은 남성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몰라

1. 언어철학은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다.

언어철학이 페미니스트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할 때 어떤 이유가 있을까? 여러 이유 중 하나의 공통점은 언어철학이 지나치게 개인주의라는 생각과 관련된다. ‘개인주의’가 무엇이 되는가는 논의되는 철학의 영역에 따라 다르며 또 비판하는 자의 관심사에 따라 다르긴 하다.

어떤 사람들은 언어철학이 개별 화자의 마음 상태, 특히 그들의 의도에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혼스비). 혼스비의 비판 대상은 HP 그라이스의 작업이다. 그라이스는 실제로 화자의 의도를 화자 의미로 분석한다.

2. 개인주의/언어철학은 남성적인 사고 방식이다.

앞서 혼자 생각했듯, 그 자체가 남성적이라기보다는 기존의 문화에 대한 정치적 성찰 없는 것은 결국 남성적인 사고방식에 불과하겠지..

두 번째 문단을 남성이 개인주의적이다라고 해석이 되나??? 뭔 소리지

어떤 종류의 개인주의는 몇몇 문제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개인주의가 남성 사고의 특징이라는 것에서 기인하는 문제가 있다. 남자들은 이런 사고방식에 따라 분리된, 개별적인 개인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여성은 연결과 관계에 관심이 있다. 따라서 개인주의적인 언어철학은 세계에 대한 남성의 사고방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몇몇 사람들이 지적했듯, 이런 사유노선이 의존하고 있는 남성과 여성의 사고에 관한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3. 개인주의 언어철학은 사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또 다른 주장은 여성과 남성의 심리적 차이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들의 개인주의의 진짜 문제는 사회적인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사람들이 서로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지배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페미니스트에게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언어는 사회 세계의 중요한 부분이며, 의사소통, 조작 및 통제에서 언어가 수행하는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권력행사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사회 세계에서 의사소통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적합한 언어철학이 페미니스트에게 가치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 언어철학의 개인주의가 이런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한다(혼스비).

이런 주장에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위 주장은 크립키의 인과적 지시이론(1972), 힐러리 퍼트남의 종種 용어의 작동에서의 사회적인 요소(언어 노동 분업)에 찬성하는 주장(1975), 그라이스의 대화이론(1975/1989), 데이빗 루이스의 관습에 관한 연구(1969) 및 JL 오스틴의 언어행위 이론(1962/1975)에 대한 명분에 비추어 볼 때 항상 들어맞는 주장은 아니다. 왜냐면 이 이론들의 명분은 사실 나름 사회적 요소를 갖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크립키의 인과적 지시이론은 명백하게 사회적 요소를 포함한다.

그럼에도 언어철학을 비판하는 주장을 옹호할 수는 있는데, 크립키의 이론이 사회적 요소를 포함한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요소가 페미니스트와 관련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퍼트남 역시 일부 권력관계를 포함하고 있지만, 이 권력관계에 대한 탐구는 정치적 측면으로 나아가진 않았다.

“‘가능 세계’를 관통하는 단일 지시대상 설정의 어려움에 대한 문제는 다루고 있지만, 실제의 의사소통의 실패 혹은 젠더문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안드레아 나이 1998:266)

사실 언어철학에 그러한 정치적 관심사를 도입하려는 노력은 다소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무엇이 나올지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이러한 관심에 참여하는 것이 언어철학이 이루어지는 방식 내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드러내는지의 여부가 아직 명확한 것은 아니다.(사울)

저 이론들이 그 안에 사회적 요소를 포함한다면, 그들의 논의가 페미니즘적인 진보를 가져오지 못했다 할지라도 앞으로의 페미니즘적 연구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전통적인 언어철학도 유용한 면이 있다.

랭턴과 혼스비는 전통적인 언어행위 이론을 사용하여 포르노그래피가 여성들을 침묵시키고 여성을 종속시킨다는 캐서린 매키넌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점점 더 철학자들은 전통적인 언어철학에 대한 페미니즘적인 활용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언어철학이 우리에게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는 방식의 일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한 연구가 폭증했다.

레이 랭턴과 제니퍼 혼스비가 언어행위 이론을 활용한 것이 아주 좋은 사례일 것이다. 포르노그래피가 여성들을 침묵시키고 종속시킨다는 캐서린 매키넌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서, 레이 랭턴의 사례를 알아보자.

언어철학이 기존에 페미니즘적이지 않았지만, 지금 얼마든 활용할 수 있다! 그 사례로 레이 랭턴을 보자.

레이 랭턴에 따르면(1993), 포르노그래피는 발화효과적으로 그리고 발화수반적으로 여성들은 침묵시킴으로써 성폭력을 발생시키는 데 일조한다. 랭턴은 오스틴의 이론을 차용한다.

오스틴은 발화행위와 발화수반행위와 발화효과행위를 구별한다. 발화행위는 대략적으로 특정한 의미를 지닌 단어를 발화하는 행위다. 그냥 말하는 것. 발화효과행위는 특정한 효과가 있는 단어를 발화하는 행위이다. 발화수반행위는 단어를 발언하면서 수행되는 행위이다. 예를 들어 ‘나는 여왕 폐하와 그 모든 상속자들에게 나의 충성을 맹세합니다.’라는 발언을 고찰해보자.

내가 수행한 발화행위는 단순히 특정한 의미를 지닌 문장을 발언하는 것이었다. 이 행위는 많은 발화효과적인 결과를 가지고 있었다. 즉 그것은 내가 영국의 여권을 얻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로 하여금 그 같은 군주제 감정을 표현한 것을 약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 공화국이 여왕을 계승해야하는지, 상속자로 간주해야 하는지를 의문스럽게 만들었다. 내가 수행한 발화수반행위는 영국의 시민이 되는 것이었다.

오스틴의 언어행위 이론 1. 발화행위 : 단순한 의미. 앵무새도 할 수 있다. 2. 발화수반행위 : 숨겨진 행위를 수반하는 발화. 발화 이전의 화자의 의도가 담겨있다. 3. 발화효과행위 : 어떤 효과를 갖는 말. 대상(자신 포함)에게 사후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랭턴은 아주 흥미롭게도, 이 오스틴의 세 분류에 ‘침묵’을 연결시킨다. 유쌤은 개인적으로 레이 랭턴이 정말 뛰어난 통찰을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째, 말하는 것을 방해받거나 말하지 말라고 위협당하는 경우, 그녀는 발화행위적으로 침묵당한다. ‘발화행위적 재갈’이 물리는 것이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아세요?”라고 은밀히 물어오는 남성 앞에서 위협을 느낀 여성은 어떤 말도 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말하는 데에 있어서 수행하려는 행동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 그녀는 발화수반적으로 침묵당한다. 이를 ‘발화수반행위적 불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불이난 극장에서 배우가 “불이야!”를 외쳤을 때를 상상할 수 있다. 배우는 진짜로 불을 발견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외쳤겠지만, 사람들은 연극대사라고 생각한다. 배우의 의도는 행위를 수반할 수 없을 것이다.

발언이 의도한 효과를 가질 수 없을 때, 그녀는 발화효과적으로 침묵당한다. 이를 ‘발화효과행위적 좌절’이라고 부른다. 말을 해도 그것이 아예 들리지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겠다. 누군가 페미니스트를 선언했을 때에 “너 메갈이지”가 되는 현상이 그 사례일 것이다.

발화수반행위적 불능과의 차이는, 발화수반행위적 불능은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아닐거야’라고 화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추측되어 침묵되어 버리지만 발화효과행위적 좌절은 아예 그 목소리가 닿지도 않게 된다.

성관계 거절이 무시되는 건 두 지점이 모두 있는 듯. 거절의 의사가 전달되지 않는 것 ‘쟤 사실 좋아하는데 그냥 튕기는거야’는 발화수반행위적 불능이겠고, 수차례 거절했음에도 성관계를 갖게 된다면 발화효과행위적 좌절이 되겠다..? 맞나..

랭턴은 특히 성폭력에서 발화효과적인 침묵과 발화수반적인 침묵이 일어날 수 있는 역할에 관심이 있다. 여성이 성관계를 거절하는 것은 비록 거절하는 것으로 인식되더라도, 성관계를 갖도록 강요당하는 상황에서는 발화효과적으로 침묵당한다. 그녀가 성관계를 거절하는 것이 심지어 거절로 인식되지 못한다면, 발화수반적으로 침묵당한다. 그런 경우에 랭턴에 따르면 그것은 거절이 아니다.

그녀는 포르노그래피가 남성들이 여성의 거절을 거절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남성들이 여성들의 거절을 인식할 때조차 기꺼이 여성들을 강간할 수 있게 하는데 있어서 (포르노그래피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이것이 포르노그래피가 발화수반적으로 그리고 발화효과적으로 여성을 침묵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침묵은 그것이 강간을 초래할 때 중요한 것이 된다.

어떤 체계적인 침묵을 문화적 위치차이 때문이라고 발견하는 게 정말 대단하다..

이러한 예는 개인주의가 페미니즘에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알게 해준다. 랭턴의 논증이 건전하다고 하다면, 우리는 페미니즘에서 개인주의적인 언어철학이 맡는 역할을 볼 수 있다. 화자의 의도에 초점을 두는 것이, 어떤 중요한 사실(정치/사회적인 부분)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맞지만, 화자의 의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위에 기술된 발화수반적인 침묵에 있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여성이 성관계를 거부하려고 의도했다는 것을 잘 이해해야 한다. 발화효과적인 침묵의 예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여자는 그녀가 성관계를 갖지 않기를 야기하고자 그녀가 거부하기를 의도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발화행위(와 침묵)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자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청자는 그 화자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리고 이것들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개인의 마음의 상태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 논의들이 현재의 문헌에 영향을 끼친 사례들이 많다.

1. 드워킨은 포르노그래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침묵은 표현의 자유법이 보호하려고 시도해야 하는 종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 그린과 같은 사람들은 포르노그래피가 종속과 침묵의 행위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종류의 권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랭턴의 설명이 성폭력범들의 범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막을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책임이 침묵에 있다고 주장하고 그렇다는 것은 즉슨 문화에 있다고 주장할 여지가 생기는 것.

3. 사울은 맥락에서의 발언만이 언어행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포르노그래피는 그 자체로 어떤 언어행위라는 랭턴의 주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4. 맥락에 대한 더 많은 우려는 티렐에서 비롯된다. 티렐은 매키넌의 그림이, 포르노그래피에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성공적으로 표현할 가능성을 차단할 정도로 강한 권위를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페미니스트간에 이루어지는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매키넌의 그림을 수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5. 주디스 버틀러는 여러 가지 근거에서 침묵 논증에 반대하며, 그 중에서도 (a)침묵 논증은 언어 사용의 불확실한 그림을 가정하며 (b)랭턴과 혼스비가 생각하는 그런 방식으로는 침묵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사실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여러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 랭턴은 전통적인 이론인 오스틴의 주장을 빌려 논리적으로 전개했다. 그리고 언어철학의 페미니즘적인 사용이란 것은 이런 걸 말하는 것일 거다.

‘침묵’에 대해 마이트라는 단순히 권력관계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청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기에 적극적인 말대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버틀러 역시, 랭턴이 정말로 맞다면 여성은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적극적인 말대꾸를 통해 침묵을 역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Ex) “퀴어” 나쁜 말이었지만 더 이상은 나쁘지 않다.

Q&A 및 생각거리

1. 이 경우 레이 랭턴은 ‘침묵’의 원인을 포르노그래피에 두고 있는 건가? 아니면 젠더권력차에 두고 있는 건가?

2. ‘자발적 침묵’은 어떻게 봐야 할까? 그들의 의도대로 따르지 않겠다는 명백한 발화행위로 볼 수 있을까.

3. 랭턴에 따르면 말대꾸가 불가능해지는데.. 그런데 실제로 ‘메갈’은 말대꾸가 가능함을 보여준 게 아닌가.

4. 기존의 언어철학을 페미니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는 했는데, 그러려면 페미니즘도 언어철학도 잘 알아야 한다. 왜 항상 소수자에게 부과되는 노력이 더 많지...